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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늘 떠나고 싶어질까?

📑 목차

    사람은 왜 늘 떠나고 싶어질까?

    여행을 꿈꾸는 인간의 본능과 일상, 도피와 회복, 그리고 삶의 균형에 대해 깊이 있게 풀어낸 여행 칼럼.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 우리가 여행을 꿈꾸는 진짜 이유는 뭘까?

    사람들은 늘 떠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살아간다. 특별히 힘든 일이 있어서도 아니고, 꼭 어디로 가야 할 이유가 명확해서도 아니다. 그저 어느 날 문득, 지금 이 자리가 아닌 어딘가를 상상하게 된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갑자기 낯설어 보이고, 늘 다니던 길이 갑갑하게 느껴질 때, 사람은 여행을 생각한다. 이 떠나고 싶은 마음은 일종의 병처럼 반복되지만, 동시에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드는 감정이기도 하다.

     

    사람은 왜 늘 떠나고 싶어질까?

     

    여행이란 단어는 단순히 공간의 이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도 위에서 출발지와 도착지를 옮겨 적는 행위만으로 여행을 설명하기에는, 그 안에 담긴 감정과 변화가 너무 많다. 여행은 결국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일에 가깝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하루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삶을 자동화된 루틴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며, 익숙한 얼굴과 풍경 속에서 하루를 소모한다. 이러한 반복은 분명 안정감을 준다. 예측 가능하다는 사실은 불안을 줄이고,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아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정감은 서서히 우리를 무디게 만든다. 익숙함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놀라지 않고, 감정을 깊이 쓰지 않으며, 생각의 범위를 의도적으로 줄인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실망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터득한 결과다. 하지만 그렇게 절약된 감정과 생각은 삶의 생동감까지 함께 줄여버린다. 웃음은 가벼워지고, 설렘은 드물어지며, 하루는 빠르게 지나가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점점 줄어든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갈망하는 존재다.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지금과는 다른 공기, 다른 속도, 다른 시선을 원한다. 여행은 그 갈망을 가장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충족시키는 방법이다. 책임을 모두 내려놓지 않아도 되고, 삶을 완전히 바꾸지 않아도 된다. 잠시 자리를 옮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감각을 얻는다. 여행은 삶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굳어 있던 마음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준다. 그 균열을 통해 우리는 다시 느끼고, 다시 생각하며, 다시 살아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게 된다.

     

    떠나고 싶다는 감정은 도피처럼 보일 수 있다.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서, 책임을 잠시 내려놓고 싶어서, 여행을 핑계 삼아 사라지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모든 떠남이 도피는 아니다. 오히려 여행은 현실을 더 잘 견디기 위한 준비일 수 있다. 잠시 다른 곳에서 숨을 고르고,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고, 다른 속도로 시간을 흘려보내며 우리는 다시 돌아갈 힘을 얻는다. 그래서 여행은 도망이 아니라 회복에 가깝다.

     

    사람들이 여행을 꿈꾸는 또 다른 이유

    사람들이 여행을 꿈꾸는 또 다른 이유는 다른 나를 만나고 싶어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언제나 어떤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직장에서의 나는 책임감 있고 성실해야 하며, 가족 안에서의 나는 흔들리지 않는 존재이길 요구받는다.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 속의 나는 늘 적당히 단정하고, 무난하며,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역할들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분명 필요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하나의 틀 안에 가두기도 한다. 역할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진짜 감정보다 기대되는 태도를 먼저 선택하게 되고, 스스로의 욕구를 뒤로 미루는 데 점점 능숙해진다.

    여행지에서는 그 역할들이 눈에 띄게 느슨해진다. 나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할 필요도 없다. 과거의 선택이나 현재의 위치가 따라오지 않는 공간에서 우리는 한결 가벼워진 상태로 존재한다. 실수해도 괜찮고, 말수가 달라져도 이상하지 않으며, 혼자여도 외롭다는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 익명성은 때로 어떤 위로보다도 강력한 자유를 준다.

    그 자유로움 속에서 우리는 평소 드러내지 못했던 감정과 성격을 자연스럽게 꺼내 놓는다. 이유 없이 웃거나, 사소한 풍경에 오래 머물고, 계획에 없던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일상에서는 효율과 결과를 먼저 생각하느라 미뤄두었던 감정들이 여행지에서는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래서 여행 중에 만난 나는 종종 더 솔직하고,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새로운 사람이 되어서가 아니라, 잠시 본래의 나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그 기억이 오래 남는 이유는, 우리가 그곳에서 다른 나를 만난 것이 아니라, 잊고 지냈던 나를 다시 발견했기 때문이다.

     

    여행의 본질은 낯섦

    여행의 본질은 낯섦에 있다. 익숙하지 않다는 감각은 때로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선물이다. 언어가 다르고, 음식이 다르고, 거리의 공기마저 다른 곳에 서게 되는 순간, 우리는 자동으로 살아가던 태도를 잠시 내려놓게 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바로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다시 주변을 살피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삶의 주인공이기보다 관찰자가 된다.

    관찰자가 된 우리는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치던 사소한 것들에 자연스럽게 눈길을 준다. 낯선 도시의 간판 색 하나,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과 걸음 속도, 카페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볼륨, 골목 깊숙이 스며든 소리들까지 모두 새로운 정보로 다가온다. 일상에서는 효율과 익숙함 때문에 걸러졌던 감각들이 여행지에서는 다시 살아난다. 우리는 목적지로 빨리 이동하기보다,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을 충분히 느끼는 데 시간을 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감각은 서서히 깨어난다. 눈은 더 많은 색을 구분하고, 귀는 미묘한 소리의 차이를 포착하며, 마음은 이전보다 느슨해진 상태로 주변을 받아들인다. 여행은 감각을 단련하는 또 하나의 방식인 셈이다. 그래서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익숙하던 풍경이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늘 걷던 거리의 빛과 소리, 사람들의 표정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여행을 통해 한 번 더 세상을 느끼는 연습을 했기 때문이다. 그 낯섦의 경험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우리의 일상 속에 잔잔하게 남아 있다.

     

    또한 여행은 시간을 다르게 사용하게 만든다. 일상에서는 분 단위로 쪼개진 시간 속에서 살지만, 여행지에서는 하루가 느리게 흐른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길을 헤매고, 아무 목적 없이 걷는 시간이 허락된다. 그 여백 속에서 우리는 생각을 한다. 미뤄두었던 질문들이 떠오르고, 잊고 지냈던 감정들이 고개를 든다. 그래서 여행 중에는 유난히 많은 생각이 든다. 그 생각들은 때로는 불편하지만, 결국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종종 여행이 끝나면 우울해진다고 말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버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우울함은 여행이 헛되었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여행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신호다. 잠시 다른 삶을 경험했기 때문에, 지금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행 후의 공허함은 우리가 변화의 가능성을 보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모든 여행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긴 시간을 비우지 않아도 여행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다. 그 마음은 지금의 삶에 균열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충분히 쉬지 못하고 있거나, 감정이 쌓여 있거나, 방향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내면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여행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하나의 방식이다.

     

    현대 사회에서 여행은 소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사진을 남겼는지가 중요해졌다. 하지만 여행의 가치는 기록에 있지 않다. 여행은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나를 다시 만나는 과정이다. 사진 속의 풍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순간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다. 그것은 타인에게 설명할 수 없어도 괜찮다.

    사람이 평생 떠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아직 삶에 기대가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더 나은 순간이 있을 거라고, 다른 가능성이 존재할 거라고 믿기 때문에 우리는 떠남을 상상한다. 만약 아무 기대도 없다면, 떠나고 싶다는 마음조차 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꿈꾼다는 것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여행은 결국 다시 돌아오기 위한 행위다. 떠나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돌아왔을 때 조금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길을 나서는 것이다. 떠나고 싶은 마음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 마음이 있는 한, 우리는 계속해서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사람들은 지도 앱을 열어보고, 아직 가보지 않은 도시를 검색하며, 언젠가의 떠남을 마음속에 저장해 둔다. 그 여행이 실제로 이루어지든, 상상 속에 머물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마음은 우리를 지치지 않게 하고, 삶을 견디게 하며, 때로는 다시 설레게 만든다.

     

    여행은 특별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떠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마음이 있는 한, 우리는 아직 삶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여러분~ 셀레이는 마음을 갖고 살아요~ 우리